지난 25일, 가을 햇살이 기와 위에 고즈넉이 내려앉은 당진향교 대성전. 추기석전대제가 한창인 그 자리에서 뜻밖의 긴박한 순간이 찾아왔다.
마루에 앉아 담소를 나누던 한 어르신이 갑자기 앞으로 쓰러지며 의식을 잃은 것이다. 숨죽인 정적 속에서 제례의 장엄함은 잠시 멈췄다.
그 순간, 김기재 전 당진시의장이 망설임 없이 달려갔다. 양복 상의를 벗어 목을 괴고 기도를 확보한 뒤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모두가 놀라 어찌할 바를 몰라하던 순간, 그는 “내 부모님을 대한다는 마음”으로 손을 움직였다고 한다. 다행히도 잠시 후 어르신은 의식을 되찾았고, 모여 있던 사람들의 얼굴에는 안도의 미소가 번졌다.
김 전 의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정치인으로서가 아니라, 그냥 한 사람의 아들로서 몸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부모님을 대하듯이, 우리 어르신들을 모셔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이 짧은 말 속에 그의 정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정치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눈앞의 한 사람을 살피고 품어내는 일임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당진은 바다와 갯벌, 그리고 수많은 포구로 살아온 도시다. 포구는 언제나 누군가를 맞아들이고, 또 떠나보내는 자리였다. 김 전 의장은 이 ‘포구의 마음’을 정치의 길로 옮기려 한다.
“당진은 늘 포구처럼 사람을 기다려주고, 감싸주고, 함께 살아온 곳입니다. 저 역시 내년 지방선거에서 당진시장에 출마해, 우리 시민들을 품는 따뜻한 정치의 포구가 되고 싶습니다.”
그의 말은 단순한 선거 출마 선언을 넘어선다. 바람에 날리는 현수막이 아니라, 쓰러진 어르신의 손을 붙잡는 순간 속에서 당진의 미래를 그려내고 있는 셈이다.
추기석전대제에서의 작은 기적 같은 장면은 곧 지역사회에 훈훈한 미담으로 퍼졌다. 향교 관계자들은 “신속한 응급조치로 생명을 구했다”며 감사를 전했다. 하지만 김 전 의장은 자신이 한 일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도리였다고 손사래를 친다.
가을빛 고즈넉한 향교의 마루, 그리고 포구의 품 같은 마음.
그곳에서 우리는 정치가 무엇을 향해야 하는지, 그리고 지도자의 마음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를 다시금 배운다.
/ 김기재 전 당진시의회 의장